'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특목고에 입학 한 지우는 오늘도 수학 시간에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수학 선행학습을 엄청나게 하고 상황이라 오로지 자기 주도 학습으로만 실력을 쌓아가는 지우에게는 수학 시간의 내용이 따라가기가 너무나 버거운 거죠.
게다가 착한 지우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교내에 술을 사 오는 심부름을 하게 되고 그만 학교 경비에게 들키고 맙니다.
함께 공모한 친구들을 대라는 담임이자 수학 선생님의 채근에도 지우는 의리를 지키느라 혼자 모두 뒤집어쓰고 마침내 한 달간의 기숙사 퇴거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호구 짓을 일삼는 지우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다름 아닌 또 다른 사배자 전형 입학자(한부모가족) 보람이입니다. 기숙사에서 쫓겨난 지우가 집으로 잠시 돌아가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힘들게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엄마에게 차마 기숙사에서 쫓겨난 사실을 감추고 다시 학교로 향합니다.
학교로 몰래 숨어든 지우를 때마침 학교를 순회하던 이 학교 경비인 이학성은 숨어있는 지우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고발로 지우가 처벌을 받게 된 사실을 알고 갈 데가 없다는 지우를 하룻밤 학교의 자신의 숙소에서 잠을 재워줍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학 시간에 과제로 나눠졌던 학습지가 모두 풀어져있고 게다가 모두 정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우는 경비아저씨가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에 문제를 모두 풀어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당장 그날부터 경비 아저씨를 쫒아다니며 자신을 가르쳐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던 경비아저씨(이하, 이학성)는 사배자 전형인 지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담임교사에게 지우가 전학을 권유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날부터 지우에게 수학의 문제풀이 과정을 가르쳐주기 시작합니다.
수학 공부의 참된 원리를 설명하는 이학성과 집중하는 지우
답을 쫓아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던 교실 속 수학과 전혀 다른 문제 풀이의 접근 방법에 다소 의아해하지만
수학을 잘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니? 용기! 문제가 안 풀릴 때는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대신에 '문제가 참 어렵구나.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풀어봐야겠구나'하는 여유로운 마음. 그것이 수학적 용기다. 그렇게 담담하니 꿋꿋하게 하는 놈들이 결국에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거야. 전학 가지 마라. 여태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기까지 힘들게 오지 않았니? 그럼 된 거야. 그러니까 증명해라 전학이 옳은지 그른지."
뭔가 진하게 마음으로 전해지는 수학 교수법에 점차 빠져드는 지우는 수학 시간에 더 이상 아닙니다. 틀린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신의 풀이를 끝까지 정당함을 주장하는 교사는 얼마 전까지 부진아라고 무시했던 지우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 장면은 '파이 송'연주 장면입니다. '파이 송'은 원주율 파이에 음을 붙여 만들어진 곡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한지우'에게 이학성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장면에 나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박동훈 감독은 "관객들도 수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던 장면입니다.
여기서 이학성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이학성은 자신의 수학적 연구가 사람을 죽이고 세계의 평화를 무너뜨리려는 북한 정권의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실망감에 아들과 함께 남한으로 건너와서 생활하고 있지만 남한의 교육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늘 왕따를 당하던 아들은 북한으로 돌아가자고 이학성과 감정의 대립을 겪게 되었고, 끝내 아들은 혼자 북한으로 돌아가려다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
아마도 이후로 이학성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죽은 아들과 너무나도 닮은 지우와의 만남의 시간에 활력을 찾게 되며 오래도록 괴롭힌 불면증 증상도 사라지게 됩니다.
교내 수학경시대회가 예고된 후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지우는 열심히 공부합니다. 물론 이학성의 가르침이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죠.
어느 날 수학 논문을 필요로 하는 이학성에게 전산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논문을 출력해서 가져다줍니다. 이 일은 나중에 지우가 누명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경시대회 날 지우의 친구 보람은 시험을 보다가 자신이 받아 든 문제가 과외학원에서 배운 문제들이 그대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시험 도중 교실을 나가버립니다.
사실 지우를 괴롭히던 담이 교사가 학원 강사인 자신의 친구에게 경시대회 문제를 미리 빼돌려서 주고 그 문제를 보람이 연습을 하게 한 거죠. 교사가 시험지 유출!!
이 일은 보람이 sns상에 무기명으로 시험문제 유출을 고발하면서 담당교사가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돌파구를 찾던 수학교사는 지우가 시험 전에 전산실을 출입한 cctv 화면을 확보하여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람이 지우인 것으로 사건을 조작합니다. 지우는 궁지에 몰렸지요. 사실 지우가 출력해 간 인쇄물은 수학 논문이었지만 그것이 이학성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은 밝힐 수가 없었지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생활하던 이학성이 곤란한 상황이 될게 뻔한 일이었으니까요. 결국 지우는 자신이 모든 누명을 쓰고 전학을 가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됩니다.
자포자기하고 교문을 나서던 지우를 친구 보람은 억지로 수학경시대회 시상식이 열리는 학교 강당으로 끌고 옵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바로 도피하던 이학성이 행사장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유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전학을 결단한 지우를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서죠. 사실은 보람이 지우가 처한 상황을 이학성에게 알려 도움을 요청한 거죠. 이 자리에서 이학성은 자신의 범죄를 덮으려고 제자인 지우를 시험지 유출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간 비도덕적인 교사의 모든 범죄 행위를 밝혀 끝까지 의리를 지킨 지우를 구원해줍니다.
세월이 흘러 3년이 지난 뒤 잘 성장하여 대학생이 된 지우가 이학성이 연구하는 제3국을 찾아와 둘은 스승과 제자 어쩌면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으로 반갑게 재회합니다. 이 자리에서 이학성은 지우를 향해 "종간나 새끼"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정말 정스럽게 다가온건 저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큰 이슈가 전해지는 긴박함은 살짝 약한 느낌은 듭니다. 그러나 수학자의 순수한 학문적 성과가 정치적 의도에 휩싸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학자로서의 고뇌를 연기 베테랑 최민식이 잘 전달해주었고 오늘날 대한민국 학생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수학 공부의 오류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수학이 주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잘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를 다소 예상할 수 있긴 하지만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공부의 올바른 방향,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의 방향을 가르쳐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