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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우선 영화의 제목에 시선이 멈추게 됩니다. '그린' 왠지 상쾌한 어쩌면 푸른 초원의 그림이 있을 것 같은 영화제목은 알고 보면 그 당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단어입니다.
"그린북"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흑인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인데요. 말이 안내서이지 흑인이 해서는 안 되는 운전 지침서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미국, 뉴욕에 사는 토니 발레 롱가는 나이트클럽 경호원으로 일하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소 비굴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돈을 버는 조금은 무식한 백인입니다. 일하던 나이트가 두 달간 문을 닫게 되면서 월세 낼 돈이 없어 걱정이 태산인 아내 앞에서 햄버거 먹기 내기에서 벌어온 푼돈을 내미는 토니는 죽을 맛입니다. 그러던 중에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운전사로 토니는 8주간 미국 전역의 순회공연에 동행하게 됩니다. 가족과 8주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돈 셜리의 후한 월급 조건은 토니 가정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시켜 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특이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는 거의 모든 부유한 백인과 그의 흑인 운전사를 볼 수 있는 현실이었기에 이 둘의 관계 조합은 가는 곳마다 이슈가 되곤 했지요. 토니가 흑인 우호주의자여서 가능했을까요? 아닙니다. 토니는 심지어 집수리를 왔던 흑인이 마시던 유리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할 정도로 극도로 흑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입니다. 토니가 아무리 돈이 많은 성공한 흑인일지라도 그의 운전사로 취직하게 된다는 건 큰 결심을 필요한 거죠.
피부색은 희지만 배운 것이 많지 않아 무식한 토니와 비록 흑인이었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부와 명성을 다 얻은 돈 셜리가 함께 엮어가는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가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처음 돈 셜리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본 토니는 길고 검은 손가락 끝에 분홍빛 손톱이 있고 그 가는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에 토니의 흑인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고 맙니다.




EP1


쉬지 않고 무언가 먹어대고 심지어 운전을 하는 틈틈이 손으로 먹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는 토니를 처음에는 말리다가 돈셜리는 포기한 듯합니다.
게다가 물건을 슬쩍하는 토니는 더욱 이해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연주회 시간이 빠듯한데도 캔터키후라이드 본고장에서 꼭 치킨을 먹어야겠다는 토니에게는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지요.
하지만 잘 차려진 식탁에서 우아하게 식사해야 한다는 셜리를 이해할 수 없는 토니는 막무가내로 셜리에게 치킨을 먹게 합니다. 억지로 난생처음 우아하지 못한 식사를 한 셜리도 즐거워 보이기는 하네요.

EP2


가는 곳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토니는 어느새 셜리의 마음을 알아가게 됩니다.
"검둥이 주제에, 아무 피아노나 치면 되지!'라고 연주회 일꾼이 내뱉은 말에 토니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이 날아갑니다.
셜리의 아름다운 연주는 듣고 싶지만 흑인은 실내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백인들! 결국 숙소까지 다시 차를 몰고 가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 자신을 멸시한 백인들 앞에서 연주를 해내는 셜리

일몰 후 흑인이 차를 몰아서는 안된다는 가이드를 어겼다고 차를 세우고 토니까지 "반은 검둥이"라고 멸시하는 경찰에 에게 또다시 주먹을 날린 토니 때문에 두 사람은 경찰서 철창신세가 되고 맙니다. 당장 다음 날 연주를 해야 하는 셜리는 할 수 없이 그동안 쌓은 인맥을 동원해서 철창신세를 면하게 됩니다. 그런 셜리의 성공된 인맥형성에 감탄을 쏟아내는 토니와는 다르게 셜리는 그 상황이 수치스러울 따름입니다. 셜리에게서 백인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자체가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셜리는 토니에게 말합니다.
"폭력으로는 못 이겨요.", "품위가 늘 승리하는 거예요"
그리고 울분에 차서 이야기를 이어가지요. "돈 많은 백인을 위해 연주하고 그들을 위해 나는 연주하면 백인들은 문화인이 된 척을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난 그들에게 그냥 깜둥이일 뿐입니다." 한창 들떠있던 토니는 그제야 왜 남부러울 데가 없다고 생각한 셜리가 혼자 쓸쓸히 술을 마시고 가끔 그의 눈이 슬퍼 보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EP3



투어 마지막 공연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최 측에서 연주자 대기실이라고 안내해 준 장소를 보고 실망합니다. 대기실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창고였기 때문이죠.
이러한 굴욕적인 일을 자주 경험한 셜리보다 이제는 토니가 더 화가 나고 맙니다. 게다가 연주 전에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려는 셜리를 막아서는 상황에서 그 둘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지요. 음식을 다른 식당이나 대기실이라고 마련해 준 창고에서 먹기를 권하는 백인 주최자에게 셜리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식당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연주도 못합니다."
당연히 주최자는 당황하고 토니를 통해 셜리를 설득해 달라며 돈으로 매수하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철자법도 엉망이고 앞뒤가 안 맞는 글귀를 고쳐주며 심지어 자신의 아내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대필해 주고 언제나 품위 있고 우아한 셜리를 좋아하게 된 토니에게 그런 부탁은 통할 리가 없었지요.
공연을 마치지 못하면 수입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두 사람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와 근처의 흑인 전용 술집으로 향합니다.
그렇죠 그들의 마지막 공연장은 바로 흑인 전용 술집이 된 거죠.
흑인이지만 한 번도 흑인처럼 살아보지 않았다 셜리는 그날 모두가 흑인이어서 어색한 백인 운전사와 함께 술집의 모든 흑인들을 위해 즉석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그동안 어떤 공연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셜리의 흥에 넘치는 연주 장면은 가장 벅찬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운전사가 된 셜리


크리스마스에는 꼭 돌아오겠다고 아내와 약속을 했지만 그동안의 많은 위기의 순간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지쳐 버렸는지 토니는 쏟아지는 피로와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근처 아무 숙소에서라도 잠을 자야겠다고 합니다. 토니와 아내의 약속을 익히 알고 있던 셜리는 조용히 고민을 합니다.
장면이 바뀌어 토니의 집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로 온 집안이 떠들썩합니다. 그동안 토니가 보내준 편지 때문인지 아내는 토니가 더욱 그리워졌겠지요?
모두가 토니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술렁대는 날 밖에는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토니일행의 차가 정차합니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내린 셜리는 잠들어있던 토니를 흔들 어깨워 집으로 들여보냅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쪽 셜리의 운전사이지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주었던 토니를 위해 셜리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온 것이죠.
가족들과의 파티에 함께 하자는 토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호화로운 집으로 돌아온 셜리는 아무도 없는 자신만의 집에서 그동안 몰랐던 적막함과 외로움을 느꼈을 테 지요?
갑작스러운 흑인의 방문에 잠시 정적이 멈췄지만 모두들 토니의 친구가 된 흑인 피아니스트 셜리를 뜨겁게 환영합니다. 그리고 토니의 아내는 귓속말로 셜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요.
"그동안 남편의 편지를 도와줘서 고마워요."라고요. 그렇죠 모두들 그렇게 흑인과 백인의 구분 없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교양과 침묵으로 흑인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 돈 셜리

요즘도 종종 미국 내에서는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과 거부감으로 폭력을 일삼는 일이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기사로 접하는 유색인종의 차별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 인간이하로의 취급을 당하던 흑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상황들을 영화로 전달하면서도 백인과 흑인의 참된 우정의 형성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웃음 감동으로 전하는 영화 "그린북"은 평점 9.3의 이유를 영화를 보면 결코 후하게 느껴지지 않는 감동 휴먼 드라마입니다. 공연장 밖의 마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흑인들 틈에서 돈내기를 하는 백인 토니를 안타까워하는 셜리는 토니에게 말합니다. "저들(흑인들)은 공연장에 들어올지 말 지를 결정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당신은 왜 스스로 그들과 함께 하나요? 이 말은 백인인데도 배움과 교양을 쌓을 생각 없이 건들대며 살아가는 토니에게 처음으로 경종을 울려주는 대화입니다.
또한 흑인이면서도 흑인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백인들의 입맛에 맞춰 살아가는데 회의감을 느끼는 셜리에게 "당신 음악은 당신만이 할 수 있어요."라는 대화로 보답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어가며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진정한 우정을 나눠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흑인에 대한 차별의 시대를 고발하는 영화이면서 따스한 감동으로 전하는 사나이들의 우정을 전하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시끄러운 세상사에 시선을 끄고 힐링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합니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 모두들 친구와 가족들로 인해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시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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