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체스대결의 시작을 알리다.
영화의 첫 장면은 체스경기 시간에 간신히 도착하여 상대방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하먼은 아주 어려운 상대와 체스게임을 진행해야 하는가 봅니다. 집중하는 하먼의 얼굴이 9살 소녀로 오버랩되면서 하먼의 천재적 체스 실력을 쌓아오는 여정이 보여질 것 같죠?
엄마를 잃고 혼자 남겨지다.
자동차 사고로 엄마를 잏은 하먼은 보육시설에 맡겨지게 되는데요. 그 낯선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무덤덤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보육시설에서 친해진 친구 졸리는 식사 후 모든 아이들에게 한 알씩 지급되는 파란색 알약을 숨겨 두었다가 자기전에 먹으라고 말합니다.
이 약의 효과로 하먼은 생전의 엄마와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싸우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사실 하먼의 엄마는 촉망받는 수학자였습니다. 엄마의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심리 상태가 아빠와의 관계도 망가지고 결국에는 불행을 자초하게 된것 같아요. 아무튼 그런 엄마의 기질을 물려 받았는지 하먼은 수업시간에 배우는 수학문제가 너무 쉽습니다. 하먼의 실력을 알게 된 선생님은 하먼에게 어느 날 칠판 지우개를 빨아 오라는 심부름을 보냅니다.
현실과 상상속에서 체스와 성장하다.
심부름을 다녀오던 중 하먼은 지하실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관리인 아저씨가 하는 게임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누워서 천장을 보는 하먼은 체스판에서 체스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밤하늘도 순식간에 게임판으로 변하게 됩니다.
다음 날 하먼은 일부러 다시 지하실을 찾아가고 자신이 궁금해했던 그 게임이 체스라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에게 가르쳐 달라고 관리인에게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거절을 당하고 다시 하먼은 머릿속으로 체스를 두기 시작합니다. 결국 다시 찾아 온 하먼의 부탁을 거부하지 못하던 관리인은 규칙들을 알려주며 하나씩 하먼에게 체스를 알려줍니다.
처음 몇 경기는 당연히 하먼과 관리인 아저씨의 실력 차이로 하먼의 완패가 이어집니다. 하먼은 파란 알약을 먹고 천장에 그 날 있었던 게임을 복기하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연습에 몰두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게임은 막상막하를 이루더니 하먼이 이기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관리인 아저씨에게 그렇게 다양한 전술을 배운 하먼은 밤에는 천장 체스판으로 게임장을 옮기기를 되풀이하며 잠재된 천재성을 발휘하고 드디어 관리인 아저씨는 체스클럽 멤버를 초대하여 하먼의 실력을 선보입니다. 관리인 아저씨 뿐만아니라 체스클럽 멤버마저 멋지게 이깁니다.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 클럽 멤버의 제안으로 하먼은 첫번째 외부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주변의 체스를 꽤나 한다하는 고등학생들 12명을 혼자 상대하여 모두 이기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베스'로 불리는 15세 엘리자베스 하먼은 성장하여 입양 대상자가 됩니다. 부부 사이는 그닥 좋아보이지 않지만 비교적 괜찮은 집으로 입양된 베스는 오랜 친구 졸리, 그리고 체스를 만나게 해 준 관리인 아저씨와 헤어지게 됩니다.
입양된 하먼의 생활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상황이 펼쳐집니다.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입양되면 체스를 맘껏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베스는 그렇지 못한 궁핍한 현실을 직면하고 체스잡지도 슬쩍하기도 합니다. 하먼은 지역 체스대회에 나가고 싶어 하지만 양어머니는 도와주지 않습니다. 결곡 베스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관리인 아저씨에게 출전비 10달러를 빌려달라고 편지를 쓰고 관리인의 도움으로 대회에 출전합니다. 첫번째 출전 그때만해도 여성 출전인은 한번도 없었을 정도로 여성에게 폐쇄적인 체스게임에서 다른 출전자들을 차례로 이기고 우승하게 됩니다. 물론 100달러라는 하먼에게는 적지않은 상금도 받게 되었지요.
그녀의 우승은 양어머니는 마음을 바꿔 그 후로 베스의 출전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됩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하먼을 멀리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죠. 거듭되는 우승으로 상금도 많이 받게 된 베스에게 양어머니는 매니저를 자처하였고 어머니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엄마와의 동행을 받아들입니다. 고아로 자라며 그리웠던 가족의 품을 베스는 양어머니에게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던거죠. 급기야 최고의 선수들을 차례대로 물리치자 베스의 유명세는 더욱 높아만 갑니다. 그 여정에는 남편이 떠나 심적으로 늘 불안했던 양어머니가 함께 했지만....
정상에서 나락으로
어느날 대회를 치르고 돌아왔을 때 양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마 이때부터 베스는 심리적인 안정을 조금씩 잃어가게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쨋든 적지않은 승리의 순간을 맞이한 후 베스는 드디어 세계 챔피언인 러시아의 바실리 보르고프와으 경기를 처음으로 치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에 바르고프에게 패한 후 베스는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약물과 술 중독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어려움에 스스로를 나락으로 몰고가던 베스에게 보육시설에서 헤어졌던 친구 졸리가 찾아옵니다. 졸리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육시설을 찾게 된 베스는 그녀의 체스 스승 관리인 아저씨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관리인 아저씨가 지냈던 방에는 온통 베스의 신문기사로 도배가 되어있던 광경을 목격하고 너무나 늦게 스승을 찾아왔다는 자책감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아저씨와의 추억을 함께 나누던 친구 졸리는 이미 체스계에서의 후원이 끊긴 베스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변호사가 되기위해 모아두었던 학비를 털어서 베스에게 후원을 하며 그녀가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다시 정상으로
오랜 방황의 시간을 친구 졸리와 한때 체스 상대였던 베니와츠으 도움으로 러시아 대회에 참가해 늘 그래왔듯이 모든 상대 선수들을 차례로 이긴 베스는 드디어 지난 날 쓰디 쓴 패배를 안겨줬던 보르고프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됩니다. 친구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퀸스 갬빗'오프닝으로 시작한 경기에서 접전을 벌이던 베르고프는 무승부를 제안해옵니다. 하지만 베스에게 무승부는 의미가 없는 경기겠죠. 베스는 단호히 거절하고 보르고프와 숨막히는 대결을 진행하여 드디어 그를 이기고 우승을 하게 됩니다.
베르고프와의 체스경기는 그당시 미국 소련의 국제적 대립정서로 인해 더욱 세계 체스인들 특히, 미국 소련의 체스인들의 뜨거운 관심사였고 그녀가 러시아에서 보르고프를 이기고 경기장 건물을 나설 때 러시아인들 조차도 그녀의 경기에 감동을 받고 환호하며 반겨줍니다.
하얀색 코트를 입고 길거리의 노인들과 체스를 두는 베스의 얼굴에는 비로소 평화의 미소가 지어지고 오랜 세월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자신을 끝없이 단련시킨 무서운 긴장감은 사라진거죠. 이 장면은 체스판의 희노애락을 베스의 인생여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베스는 투쟁이 아닌 평화로 체스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인생을 살아갈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그렇죠! 목숨을 걸고 임하는 과정도 분명 있겠지만 결국에는 과정을 즐기면서 얻어가는 결과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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