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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감독 : 에도아르도 폰티

출연 : 소피아 로렌, 이브라히마 게예, 레나토 카펜티에리

<끌어갈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생은 그냥 내게 주어져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내 앞에 생이 펼쳐져 있었는데... 나는 내 생을 이끌어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끌려가고 있는 걸까?"
한참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 "자기 앞의 생"에서 저는 제 앞에 펼쳐진 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지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제 기대 이상의 영화였다고 생각이 되어 감상평을 올려보려 합니다.

<난 다 바꾸고 싶다.>

무언가를 들킨 주인공 모모는 황급히 지하실로 숨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얘기하죠 "흔히 모든 건 정해져 있고 바꿀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난 다 바꾸고 싶다"라고요.
모모가 바꾸고 싶었던 그 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세네갈 출신의 고아 소년 모모는 동급생을 연필로 찌르는 등의  나쁜 행실로 인해 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했기 때문에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일삼고 있었고 하필 그날은 로사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런 모모를 두 달만 맡아 달라는 동네 의사의 부탁이 당연히 마땅치 않은 로사는 처음에 모모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은 바로 그날 집세를 충당하려던 로사의 촛대를 시장에서 훔쳐간 녀석이니 말이죠.
하지만 로사는 이미 동네 매춘부들의 아이를 맡아주던 참이었기 때문에 두 달만 모모를 맡아주기로 합니다.
로사의 이 선택은 그녀의 생을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로사와 지내게 된 모모는 모든 게 못 마땅하게 여겨집니다. 맘에 들지 않는 방에서 지내는 것도,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대는 로사 아줌마에게 짜증이 나기 일쑤입니다.
모모는 여전히 못된 짓을 일삼고 심지어는 마약 판매 심부름에 가담하기까지 합니다.
모모는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굉장히 영특했기 때문에 마약 판매일도 꾀를 내어 잘 해냅니다.
결국에는 마약상으로부터 구매자들의 연락처가 수집된 전화기까지 받게 됩니다.
주머니가 두둑 해진 모모는 그토록 갖고 싶던 자전거를 사서 동네를 마구 달리게 되지요.

모모의 이런 행실이 걱정이 된 로사는 모모에게 동네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하밀씨의 일손을 돕게 합니다.
하밀의 가게에서도 영특한 모모는 일을 척척 해냅니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나누는 이야기는 그동안 모모가 갖고 있던
무책임한 어른에 대한 편견을 깨게 되고 어쩌면 부모가 해줄 법한 따스한 인생의 가르침을 받게 된 거죠.

<숫자의 의미>


어느 날 로사 아주머니의 팔뚝에 숫자가 새겨진 것을 발견한 모모는 그 숫자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사와 롤리(트랜스젠더 아줌마) 가족은 나들이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로사 아줌마가 사라진 일이 생겼는데
그녀를 찾아 이유를 물으니 멍한 표정의 로사는 대답을 못합니다. 이때 그녀가 곤란해한다고 생각한 모모는 대신 변명을 해주어 사태를 수습합니다.
아마도 로사의 치매 증상이 깊어진 시기가 된 것을 꼬마 모모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를 절대 병원에 있게 하지는 말아줘>


정신을 잃고 멍해지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 로사는 어느 날 비명을 지르며 지하실로 도망을 치게 됩니다.
이를 목격한 모모는 로사가 걱정이 되어 지하실로 들어가지만 사실 로사의 팔뚝에 새겨진 숫자는 그녀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임을 나타냅니다.
유인을 학살하려던 독일군들을 피해 숨어 지내던 지하실에서 로사는 가장 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죠.
병세가 깊어져 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전해 듣고 로사는 절대 병원을 가지 않으리라 말합니다.
그리고 모모에게 부탁을 하지요. 자신을 나를 절대 병원에 있게 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 그들은 나에게 온갖 실험을 할 거야. 겪어봐서 다 안다. 다신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약속해줘"

<로사를 닮은 미모사 꽃>

결국 병세가 악화된 어느 날 로사는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이때 모모는 절대 병원에 자신을 두지 말아 달라던 로사의 간곡한 부탁이 떠오르고 결심합니다.
돈벌이가 꽤나 잘 되던 마약 판매일도  그만두고 모모는 병원에 숨어들어 로사를 휠체어에 대운 후 그녀가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지하실로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그녀를 돌보아 줍니다. 모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모는 로사의 생명을 붙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힘겹게 숨을 들이쉬고 있는 로사에게 모모는 선물을 줍니다. 그녀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고향 뜰에 피던 미모사 꽃을 선물한 것입니다,
비록 진짜 꽃은 아니었지만 로사는 "내 생의 가장 멋진 선물이야"라고 기뻐하고 모모를 꼭 안아주며 모모가 원한다면 함께 살자고 합니다. 행복하게...
하지만 로사는  모모의 옆에서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며 눈을 감습니다. 아마 그녀의 마지막 산책길은 미모사 꽃이 활짝 핀 고향의 동산이었겠지요?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이 영화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그리고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끝끝내 함께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고아 소년 모모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로사가
각자의 마음 안에 서로를 감싸 안으며 위안이 되어가는 과정이 조금씩 조금씩 감동으로  전해 집니다.
또한 영화는 성전환자 롤리 아줌마를 통해서 보여지는 현상으로 모든 이들의 사랑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불쑥 로사 아줌마와 사랑을 하면 안되는지를 묻는 천진난만한 모모를 푸근히 감싸주는 하밀 아저씨의 사랑도
모모를 자기 앞의 생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영화 "자기 앞의 생"은 우리에게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며
또한 사랑의 나눔이 얼마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뾰족하게 가시를 돋고 있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말랑말랑한 사랑의 열매가 숨겨져 있음을 알아채달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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