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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꽃과 같이 어여삐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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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짧은 생을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고흐가 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르는 사건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에그려진 작품이다. 몇 주 동안 병원에서 지내던 고흐가 병실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이 그려진 이 그림에는 얼마나 간절히 그가 과거 자신이 지냈던 마을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꺼운 붓놀림으로 고흐가 그려낸 천둥과 신비스런 빛으로 고요한 밤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들의 아름다움에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착각도 들게 한다.
생전에 비평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곤란을 겪으면서도 고흐가 굳건히 지키고 싶었던 세계를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조금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바라본 별이 빛나는 밤에>

엄마의 치매 증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첫 번째 징조는 바로 "무기력"이었다. 80이 가까운 연세에도 다섯군의 문화센타를 다니시며 배움의 한을 실컷 풀고 살아가시던 엄마는 어느 날 "다 귀찮다!" 한 마디 내밷고는 일체의 외부 활동을 끊어버리시고 온 종일 티비만 보시며 마치 시간을 녹이며 사시는 듯 하셨다.
어떻게든 활기를 찾아 드리고 싶어하는 고민을 함께 나누던 딸 아이가 할머니께 선물 해드린 그림 퍼즐의 작품이 바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였다.
수많은 그림 조각들을 바라보며 손사레를 치시던 엄마를 겨우겨우 부추겨 시작은 했지만 도대체 그림이 완성 되어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조금씩 엄마는 흥미를 잃어 가셨다. 다시 긴급 회의에 들어간 식구들은 할머니가 눈치채지 못하시게 조금씩 분업처럼 퍼즐 작업에 동참했다.

<인생의 퍼즐>

드디어 마지막 몇 개의 퍼즐만 남아있을 때쯤, 딸아이는 그때부터는 할머니가 완성하실 때까지 기다리자는 제안을 했다.
이유는 본인이 뭔가를 완성했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 용기를 내서 할머니의 남은 생을 걸어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자는 것이었다.
정말로 딸아이의 말대로 엄마는 "와~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했을까? 만세!"라고 외치시며 어린아이처럼 발그레 상기 된 모습을 보이셨다. 정말 오랫만에 들어 본 엄마의 "만세", 식구들 누구랄것없이 코끝이 찡해 왔으리라...
엄마는 이제 퍼즐을 완성해 가셨듯이 엄마의 노년을 잘 맞춰 가실 것이다. 가끔은 식구들이 일터로 나가서 텅 빈 거실 소파에 앉으셔서 창문으로 비춰지는 햇살을 따스하게 느끼시겠지? 그러면서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들어서서 엄마의 하늘을 조금씩 가리는 아쉬움을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엄마의 하늘은 그림처럼 또 퍼즐처럼 늘 아름답게 펼쳐져 있을 것임을 엄마도 그리고 엄마의 자식들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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